[보도자료] 안양웰니스건강검진센터 김진호 대표원장, GLP-1 시대, 비만 치료의 최신지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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GLP-1 시대, 비만 치료의 최신지견②(대한비만연구의학회+ 후생신보 공동기획)
후생신보, 2026.09.29

▲ 김진호 · 안양웰니스의원 원장 · 가정의학과 전문의
2. GLP-1 시대의 운동치료: 약이 지우지 못하는 것을 지키는 힘
1. 들어가며 — GLP-1 시대, 운동은 뒤로 밀려났는가
세마글루타이드와 터제파타이드가 등장하면서 비만 진료의 무게중심이 옮겨졌다. 8~15%, 많게는 20% 이상 체중이 빠지는 약을 앞에 두면 “그래도 운동하셔야 합니다”라는 말이 어쩐지 공허하게 들린다. 실제로 진료실에서는 “약 맞는데 운동까지 해야 하나요?”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.
그러나 최근 몇 년의 데이터는 정반대를 말한다. GLP-1 계열 약물이 강력할수록, 운동치료의 역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. 약이 체중이라는 숫자를 지워줄 때, 운동은 그 숫자 안에 담긴 질(質) — 근육, 심폐체력, 혈관, 그리고 약을 끊은 뒤의 시간 — 을 지킨다. 이 글은 GLP-1/GIP 시대에 운동치료가 왜 다시 중요한지, 진료실에서 어떻게 처방할지를 근거 중심으로 정리한다.
2. 약물 단독 감량의 그림자 — 빠지는 것은 지방만이 아니다
체중감량은 언제나 지방과 제지방(근육·뼈 등)이 함께 빠진다. 문제는 그 비율이다. 주요 임상시험의 체성분 분석은 아래와 같다.

여러 시험을 종합하면 GLP-1/GIP 약물로 빠지는 체중의 약 25~40%가 제지방이다. 이 비율 자체는 식이·운동만으로 감량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, 약물의 감량 폭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절대량으로는 무시하기 어려운 근육이 함께 빠진다.
한 가지 균형 있게 짚을 점이 있다. 임상시험 인구에서 이런 제지방 감소가 반드시 근력·신체기능 저하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. 그러나 고령자, 이미 근감소증 위험이 있는 사람, 장기간 약물을 쓸 예정인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다르다. 이들에게 근육 손실은 ‘미용’의 문제가 아니라 ‘기능’의 문제가 된다.
3. 운동의 역할 ① — 근육을 지킨다 (저항운동)
여기서 운동, 특히 저항운동(근력운동)의 자리가 분명해진다. 칼로리 제한 상태에서 저항운동을 병행하면 제지방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오래된 근거다. 노인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를 묶은 분석에서, 저항운동은 의미 있는 지방 감소를 유지하면서도 제지방량은 거의 온전히 보존했다.
실제 GLP-1/터제파타이드 사용자 가운데 주 3~5회 저항운동과 충분한 단백질을 병행한 증례들에서는, 체중과 지방은 크게 줄면서도 제지방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기까지 했다.
메시지는 단순하다. 약은 식욕을 줄여 ‘덜 먹게’ 만들지만, 근육을 ‘지키라’고 명령하지는 않는다. 그 명령을 내리는 것이 저항운동이다.
4. 운동의 역할 ② — 감량을 ‘유지’시키고 요요를 막는다
비만 진료의 진짜 승부는 감량이 아니라 유지다. 그리고 유지·요요 예방에서 운동의 가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S-LiTE 연구(NEJM, 2021)다.
설계: 8주 저칼로리 식이로 평균 약 13 kg(약 12%)을 감량한 비만 성인을 1년간 ①운동 ②리라글루타이드 ③운동+약물 병합 ④위약 네 군으로 무작위 배정.
결과: 위약군은 체중이 다시 늘었고, 운동 단독군과 약물 단독군은 감량을 유지했다. 병합군이 가장 우수했으며, 체지방률을 단독요법보다 약 3.9%p 더 낮췄다.
여기까지는 “약+운동이 최고”라는 상식적 결론이다. 그러나 진짜 중요한 데이터는 치료를 중단한 뒤에 나왔다(eClinicalMedicine, 2024).
치료를 모두 중단하고 1년이 지났을 때, 이전에 약물만 쓴 군은 운동만 한 군보다 체중이 약 6 kg 더 늘었다 — 초기 감량 폭은 비슷했는데도.
병합 치료를 받았던 군은 이후에도 초기 체중의 10% 이상 감량을 유지한 비율이 더 높았다.
즉, 약을 끊으면 식욕과 대사적응(휴식대사율 저하 등)이 되돌아오며 요요가 온다. 반면 운동으로 만든 몸의 변화 — 심폐체력, 근육, 그리고 식후 GLP-1 반응 개선 — 는 약을 끊은 뒤에도 남아 방어선 역할을 한다. 실제로 감량 후 운동 프로그램이 후기 식후 GLP-1 분비를 약 25% 높여 식욕 재증가와 요요를 억제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.
진료실 메시지 “약은 지금의 체중을 지켜주지만, 약을 끊은 뒤의 체중을 지켜주는 건 운동입니다.”
5. 운동의 역할 ③ — 약이 주지 못하는 것들
운동의 가치는 체중계 위에만 있지 않다. S-LiTE에서 운동군과 병합군은 약물 단독군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이득을 보였다.
심폐체력 향상 — 심폐체력은 사망률과 강하게 연관된 독립 지표다.
혈관 건강 — 운동군·병합군에서 경동맥 내막-중막 두께가 줄고 염증표지자(IL-6 등)가 감소했으나, 약물 단독은 이런 혈관 개선을 보이지 않았다.
신체기능·정서적 웰빙 — 운동을 병행한 군에서 전반적 건강 인식과 정서적 안녕이 유지되었다.
정리하면 약물은 ‘체중과 대사’를 바꾸고, 운동은 그 위에 ‘체력·혈관·마음’을 더한다. 두 가지는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다.
6. 실전 — 진료실에서 어떻게 처방할까
원칙은 하나다. 유산소로 심폐·대사를, 저항운동으로 근육을 지킨다. 아래 표를 진료실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.

특히 강조할 것은 단백질이다. 저항운동을 해도 단백질이 부족하면 근육은 지켜지지 않는다. GLP-1 사용자는 포만감·오심으로 단백질 섭취가 줄기 쉬우므로, 매 끼 단백질을 ‘먼저’ 먹도록 구체적으로 안내한다.
7. 특수 고려사항과 모니터링
고령·근감소 위험군: 근육 손실의 기능적 영향이 크다. 저항운동을 더 적극적으로, 단백질을 더 넉넉히.
위장관 부작용·탈수: 오심·구토·식욕저하로 수분·전해질·에너지 섭취가 줄 수 있다. 강한 운동 전후 수분 보충을 강조한다.
약물 중단·감량기: 요요 위험이 가장 높은 시점이다. 이때야말로 운동 강도를 유지·강화하도록 미리 계획한다.
간단한 기능 모니터링: 값비싼 체성분 검사가 없어도 악력, 보행속도, ‘팔 짚지 않고 의자에서 일어나기’로 근기능 저하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다. 이 지표가 나빠지면 저항운동을 강화한다.
참고로 근육 보존을 겨냥한 약물 병용(예: 액티빈 수용체를 차단하는 비마그루맙과 세마글루타이드 병용)이 연구되고 있으나, 현시점에서 가장 검증되고 접근성 높은 ‘근육 보존제’는 여전히 저항운동과 단백질이다.
8. 맺으며 — 약이 끝나는 곳에서 운동이 시작된다
GLP-1 시대에 운동치료의 위상은 낮아진 것이 아니라 재정의되었다. 약은 체중이라는 숫자를 빠르게 지워준다. 그러나 그 감량이 근육을 보존한 ‘건강한 감량’인지, 약을 끊어도 유지되는 ‘지속가능한 감량’인지는 운동이 결정한다.
진료실에서는 이렇게 전하면 충분하다. “약은 살을 빼는 도구이고, 운동은 그 결과를 지키는 보험입니다. 두 가지를 반드시 함께 가져가셔야 합니다.”
참고문헌
1. Wilding JPH, et al. Once-Weekly Semaglutide in Adults with Overweight or Obesity (STEP-1). N Engl J Med. 2021;384:989-1002.
2. Jastreboff AM, et al. Tirzepatide Once Weekly for the Treatment of Obesity (SURMOUNT-1). N Engl J Med. 2022;387:205-216.
3. Lundgren JR, et al. Healthy Weight Loss Maintenance with Exercise, Liraglutide, or Both Combined (S-LiTE). N Engl J Med. 2021;384:1719-1730.
4. Jensen SBK, et al. Healthy weight loss maintenance with exercise, GLP-1 receptor agonist, or both combined followed by one year without treatment: a post-treatment analysis. eClinicalMedicine. 2024;69:102475.
5. Sandsdal RM, et al. Combination of exercise and GLP-1 receptor agonist treatment reduces severity of metabolic syndrome, abdominal obesity, and inflammation. / S-LiTE secondary analyses on cardiorespiratory fitness and vascular health.


